내 인생 첫 배낭여행 ‘동남아 3개국’. 다른 사람들은 여행 전 여러 가지를 계획하고 목표도 세우지만 당시의 나에게 그런 건 없었다. 공익을 가기위해 학교를 휴학했지만 날짜가 계속 연기되면서 “네 또래들은 제대하는데 넌 뭐하고 있나”라며 부모님이 바가지를 긁기 시작했다.

견디다 못해 집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고 알바로 번 100만원을 가지고 ‘동남아(방콕)’로 가는 비행기 표를 끊었다. 동남아를 고른 것은 적은 비용으로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출발 하루 전 짐을 챙겨 조용히 집을 나서는데, 부모님이 경비에 보태 쓰라며 30만원을 손에 쥐어 주는데 지금 생각하면 가슴에서 눈물이 난다. 

밤 10시 30분 울산 호계역에서 서울 청량리역으로 가는 열차에 올랐다. 그 곳으로 향하는 8시간동안은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도망칠 생각으로 집을 나왔는데 마음 한편으로 떠오르는 설렘과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이 겹쳐서 그런 걸까?

청량리역에 도착하니 아침 6시. 하루를 시작하기엔 무척 이른 시간이지만 배가 고팠기 때문에 인근에 위치한 시장에 가서 밥을 먹고 동대문으로 향했다. 여행도구를 구입하고 은행 볼일을 마치니 비행기 출발까지 10시간정도 남아 있었다.

공항철도
시간을 보낼 곳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공항철도를 타고 일찌감치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공항 구석에 앉아 터미널의 톰 행크스 같이 비행기를 바라보고 있으니 탑승권을 받을 시간이 되었다. 재빨리 줄을 서 창가 쪽 좌석을 확보했다.

탑승까지 남은시간은 2시간. 떠난다는 설렘을 주체하지 못하고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거는 일이 없었는데 이 날 만큼은 입에서 저절로 말이 튀어나왔다. 이것이 여행의 힘인가? 세상 오래살고 볼 일이다.

부산에서 태국식당을 운영하는 태국인 부부로 남편의 배웅을 위해 부인이 공항까지 마중을 나온 모양이다. 태국으로 여행을 간다고 하니 반가운 얼굴로 여행 중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태국말과 태국에 관한 것을 가르쳐 주었다. 태국여행이 처음인 나로선 무척 고마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TG657편의 탑승수속을 시작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오르니 곧 이륙이 시작되었다. 멀어져가는 한국땅을 보며 본격적인 여행은 지금부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생각만 해도 두근두근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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